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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영근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10.02.08 22:59 조회수 6,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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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에게 사랑한다는 서투른 글을 보냈다. 이건 순정남의 모처럼 찾아보기 힘든 용감

한 행위였을 것이다..

"난 코스모스를 무척 좋아하는데 ...하고 썼더니 금방 회신이 오기를 자기는 장미꽃이

란다. 나는 그 반가운  편지를 받고서도 오히려 주춤해졌으니 왜서일까?  장미는 지체

가 높고 너무 고상해서였을 게다.

꼭 그래서 보다  내 마음의 진실은 코스모스에 있었다. 만약에라도 내가 코스모스를

외면이라도 하는 날이면 정작 그는 슬피 울음을 터틀일 것만 같은 코스모스 애정 쪽

이었다.

내 마음은 항상 후미진 곳 찾아, 그리고 들 길 매마른 가도에 속절없이 피어나 청순한

웃음으로 누구라도 반겨주는 그 고마운 코스모스 쪽이었다.

 

 

나는 시골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라면서 가까운 산야를 바라보면서 살았다. 그래서 흔

하게 많이 보이는 꽃이란 코스모스였기에 그 코스모스를 낯익혀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하고도 은은한 여러 가지 채색화의 아름다운 코스모스 꽃이 산들 바람에 휘날리

며 한들거리는 그 모습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연지 찍고 곤지 찍어 지나치게 화장하거나 과대하게 우쭐대지 않아서 퍽 맘에 들었다.

정다운 코스모스는 미쳐 이름 모를 들꽃의 대명사라도 되는듯 하여 평범함과 그 수수

함이 그렇게도 좋았다.

어쩐지 코스모스는 항상 변화없이 듬직하고 마음 편해서 좋았다. 요사이는 난 먼 나그

네로 살지만 지금도 코스모스를 바라보는 날이 오면 내 고향 바로그 코스모스 정취를

한껏 느낀다.

그래서 서울 가는 아들에게 부탁하여 코스모스 씨를 사다가 뒷뜰에 심었다. 가을이 되

어 꽃이 피어났는데 영낙없는 고향의 그 아름다운 코스모스 꽃이었다. 얼마나 정겹고

반가웠는지!

그래도 부족하였나 보다. 한 번은 일부러 5불짜리 프라시틱 파란 화병을 하나 사다가

몇 개의 코스모스 꽆잎을 꽂아두고 보았더니 무언가 격에 맞고 들옄이나 다름없이 한

가롭고 좋았다.

옛 정취, 그리운 세상을 손에 잡아보면서 사는 비결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는 것만 같았

다. 그리고 두메산꼴 여기 저기를 지나면서 손꼽장난 동무들과 같이 놀던 그리운 시절

을 꿈꾸어 보기도 한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누가 코스모스를 '청초하고 아름다운 관상용 꽃'이라 했던가. 참 긍정하곺은 옳은 말 아

닌가!

그때만 해도 내가 살던 고향은 단순한 생활이었기에 집들옄에 곱게 피어난 코스모스

의 자태는 우리 집과 하도 잘 어울리기에 나의 어릴적 순정은 온통 코스모스에게로만

쏠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점차 자라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수님

이 코스모스와 닮은 꼴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찮은 울타리 후미진 곳에 피어나는 코스모스 두어 송이를 물끄럼이 바라보고 있노

라면 마치 순으로 오신 예수님의 숭고한 일대기 파노라마를 눈여겨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코스모스는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그 원산지는 멕시코 라는 정도 외엔

왜 코스모스라고 이름했는지 조차 그 어원을 잘 모른다.

그런대도 난 내 고향 족보 만큼이나 코스모스가 좋다. 어쩜 코스모스 같이 촌스러운

나는 그 코스모스 이름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는다.

 

 

'코스모스'(cosmos)는 '조화있는 세계', 혹은 '우주질서'를 가리키는 '코스모스' 꽃의 동

명이다. 알고 보면 코스모스는 비약이 아닌 진실로 굉장한 도량과 회전하는 지혜를 지

닌 꽃이 되어지는 것이다.

코스모스의 원형 부분을 통상화 라고 하고, 둘레의 꽃잎 부분을 설상화 라고 하는데

8개의 꽃잎이 햇발처럼 질서있게 나있는 모습에서 '코스모스' 라고 했다는 것이다.

코스모스는 도량이 크고 전망과 진취를 한 몸에 갖추었기에 그렇게 박식한 학자처럼

멋있게 초췌하게 보이거나 긴 목 고개가 숙여지는 상냥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실 코스모스라는 말은 '혼돈'이나 '혼란', '무질서'를 의미하는 '카오스'(chaos), 곧 헬라

어 '카오스'(kaos)에 대한 반대 용어이다.

오늘날 코스모스는 이 혼탁한 세상을 등지고 살고 있다. 아마도 더욱 수양을 하고 순수

하기만 한 신념을 지켜가기 위함이지 않나 싶다.

코스모스는 어느새 온 세계에 많다. 코스모스는 저 두메산꼴까지 질서있는 꽃잎으로

피어나기에 세계질서를 붙들어잡고 유니버살한 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러고 보면 갑자기 한낱 촌스럽기만 한 코스모스 한 그루가 우주질서의 첨단을 향하

여 미래 지향적인 탐스러운 꽃으로 확실히 둔갑하여 보인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진지한 의미의 향취가 그윽한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코스모스, 주님은 하

늘에서도 자기 같은 이 코스모스 한 그루를 매만지며 말씀하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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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영 근

미시간 저널 시문학상 등단, 한국 재림교회 100주년 기념 삼육대학교 총 동문회 제 1

회 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수필>, 한국 재림문인협회 재림신문사 재림문학상 1-2회

수상 <수필>, 시집 출판(1990년) '당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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