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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여자           

                          박유동

 

산굽이 돌아가도

산에 올라가도

바위틈에서 깊숙한 골짝에서

어디라 물이 흘러나오는데

더러는 졸졸 좔좔 콸콸

산도 우리네처럼 오줌을 싼다네

 

아름다운 산도

이름 높은 명산도

어디라 터놓고 오줌을 싸는데

자세히 보니 골이 패이고 오목한 것이

모두 여자의 자궁이 분명했네

산은 원체 여자였다네

 

그러기에 풀과 나무 벌레 새와 짐승

다 어머니 산이 낳은 생명아 이잖느냐

들판에도 바다에도 생명이 있다면

산에 오줌물이 흘러갔기 때문이라네

그러면 남자들은 오줌을 안 싼 다더냐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가 남자의 오줌이라네.

                                / 2013,10,27 수정

....................창작 노트..........................

나는 몇 년 전 문학기행으로 북한산에 한번 간적 있었는데 우뚝 하늘로 치뻗은 남근 바윗돌을 보고 산은 강력한 남자다라며 <북한산>이란 시와 깊숙한 골짝마다 물이 흘러나온 것을 보고 <산은 여자>다란 두 편의 시를 썼었다.

시 <북한산>은 인차 인터넷에 띄우고 문학지에도 발표했으나 <산은 여자>란 시는 오늘까지 발표 못 했었다.

한날 한 장소에서 한 시인이 쓴 시가 남자였다 여자였다 뒤바뀐 것도 원인이지만 <산은 여자>라는 시는 아름답기보다 나로 생각해도 괴상해보였다.

그날 북한산에서 한 바위산이 온통 물이 흘러나와 질펀히 젖은 것을 보고 나는 이 사나이 대장부가 산에 오르니 산이 여자女子라서 나를 보고 오족을 못 쓰고 물을 싼다고 착안한 것이 이런 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나간 지금에 와서 시 <산은여자>를 들여다보니 그때고 지금이고 산을 남자로 형상하든 여자로 형상하든 원래 산은 사람도 아닌 거고 또 시라는 것은 상징적이고 제가끔 독립된 존재로 이렇게 쓰고 저렇게 쓴들 상관없다 새삼 느껴졌다.

오늘 원고를 들고 좋은 시로 수정하려 들었으나 결국 나의 수준의 한계로 별로 진척은 없고 그냥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

누가 시인 아니랄까봐 별 뚱딴지같은 생각한다고 내 스스로도 웃음이 나온다.

다만 우주만물의 생명은 하늘과 땅의 조화며 천지간 신명이 좌우한다는 의미에서 시라기 보다 하번 광고 삼아 봤으면 한다. 이참에 지난날 발표했던 시 <북한산>도 아래 소개하는 바이다.

         

           북한산 / 詩

                                              박유동

 

둥그렇게 만삭이 된 밤하늘

온통 별이 총총 잉태하였는데

이 땅 어딘가 생명이 태여 난다고

하늘가에 별똥별이 휙휙 떨어지네

 

별이 얼마나 떨어졌으면

이 세상 수억만 사람들이 살랴

하늘은 줄곧 생명을 낳는 어머니일진데

하늘의 지아비는 왜들 모르고 살더냐?

 

북한산 꼭대기를 올라와보니

바지춤을 홀랑 벗어 던지고

남자의 거창한 말뚝을 하늘에 뻗치고 있으니

바람은 소리치고 구름은 선회하는데

 

아 천지간 음양조화가 여기서 일도다

네가 바로 거사를 치르는 하늘의 지아비여라

세상 형제들아 생명의 아버지를 알려거든

여기 대한민국 서울 북한산에 와 보아라.

                                                 -<서울문학> 2008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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