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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의 대면 -  박옥종 

       

   1952년 여름이었다. 나는 친정 뜰아랫방에서 슬픈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 어머니 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한여름에 두터운 솜이불이 내 앞에 개켜져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엎드려 헐떡이고 있었다. 나의 어께는 심한 호흡 곤란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심히 파도치고 있었다. “복잡(複雜)다기(多岐), ()(), 심장(心臟)치료(治療)”라는 의사가 오빠에게 준 진단 메모가 말하듯 비수(匕首)로 가슴을 열어봤으면 하고 원할 만큼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인 호흡 장애 속에서 이제는 마지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숨 가쁜 그 고통 속에서 번개처럼 스쳐가는 생각!

     ‘내 자녀가 고아가 된다!

남편을 잃은 후 살기보다 오히려 죽기를 바라며 어쩔 수 없이 살아온 내게 이 섬광처럼 번득인 생각은 꺼져가던 생명의 심지를 다시 돋우어 주는 동력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죽어선 안 돼! 난 죽을 수 없어!’

우리 오빠는 늘 이런 말씀을 잘 하셨다. “너희 부부 같은 부부는 세상에 둘도 없을 것이다.” 그런 남편을 잃었을 때 나는 죽기를 원하였다. 나는 죽고 싶다고 마음속에 소원하고 있었지만 실지로 죽음과 대면한 지금 내 마음은나는 살아야 한다! 내가 죽으면 내 자녀들이 고아가 된다! 하는 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부처님, 나를 살려 주세요.’

        ‘.......’

        아버지! 어머니! 나를 살려 주세요!’

        ‘......’

        여보! 나를 살려 주세요!’

       ‘......’

아무리 내가 타는 듯한 마음으로 부르짖었을지라도 부처님도 부모님도 남편도 그 아무도 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어머니는 매일 이른 아침에 자녀들을 위하여 부처님께 빌었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아주 사랑하셨지만 나의 생명을 구할 능력 없으신데 하물며 생사조차 알 길 없는 남편이 어찌 나를 도와 줄 수 있었으리요! 나는 절망 가운데서 하나님을 불렀다.

     ‘하나님, 내 생명을 10 년만 연장 시켜 주세요!'

      ’5 년만 연장시켜  주세요.‘ 

10 년이 안 되면 5 년이라도 더 살아 아이들이 좀 더 큰 다음에 내 생명이 다하기를 원하였다. 그토록 삶을 포기하고 눈을 감고 싶었던 내가...이제 내가 그 당시의 나의 심경(心境)을 회고해 볼 때 나는 갑자기 닥친 환난 속에서 그것을 대처하기보다는 도피(逃避)하려는 본능적인 연약한 자의 넋두리애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완전히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저 남편을 잃은 슬픔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극도로 근시안이 된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던 내가 죽음 대면한 그 마당에 와서야 숨이 끊어질 듯 위급한 그 상황에서 비로소 양심이 각성(覺醒)되어 자녀를 위해 살아나기를 그토록 갈망했던 것이다.

        참으로 하나님의 자비는 무한하. 비록 나는 10 년도 미안하여 최소 한도 5 년이라도 살기를 바랐지만 하나님은 이제까지 하나님을 생소한 분으로 알고 있었던 나의 마음속의 부르짖음도 들으셔서 5 , 10 뿐이 아니라 만 25세였던 내가 지금 민 83세이니 그 연약하던 내게 장수의 축복을 주신 것이다.

     나는 하나님을 잘 몰랐다. 나는 하나님을 어떻게 불러야 되는지도 잘 몰랐다. 그러나 하나님은 절망 속의 나의 소리 없는 절규(絶叫)를 들으셨고 응답하셨다. 나는 위기를 넘겼고 이튿날부터 차도가 있기 시작했다.


***그 영광의 빛 속으로!!!-6.25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불치병과 가난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세주를 만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박옥종 Lilian Chung)***

18 그 영광의 빛속으로 제 5부 감사의 노래 - 박옥종 정무흠2013.10.1133
17 그 영광의 빛속으로 제 4부 침례! 새출발! 인생역전! - 박옥종 정무흠2013.10.1126
16 그 영광의 빛 속으로! 제 3부 한국 동란! 고난의 세월! 가난 속에 핀 꽃! 박옥종(Lilian Chung) 정무흠2013.10.1132
15 그 영광의 빛 속으로!!! 제 2부 행복한 결혼! 해방! 아들, 딸의 출생! 박옥종(Lilian Chung) 정무흠2013.10.1130
14 그 영광의 빛 속으로 제 1부 출생과 배경 - 박옥종 정무흠2013.10.1129

  

      

  • 박진하

    2013.10.19 13:55

    정무흠 목사님.

    제가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일찍 함께 잠을 자자고 조르는 바람에 저녁 9시 반쯤 잠자리에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 1시쯤 잠에서 깨어

    정목사님이 올려 놓으신

    어머님의 자서전같은 글들을 4시간여 읽었습니다.

     

    구구절절.... 진심과 정직, 하늘을 향한 끊임없는 믿음,

    윗 어르신들에 대한 예의와 자녀들에 대한 지극함,

    하나님과 사람 앞에 언제나 반듯하게 살아 오신

    어머님의 삶이 저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남의 글들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정말 정목사님의 어머님의 글은

    결코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진지함과 더불어 흥미를 갖게하는

    놀라운 힘이 있었습니다.

     

    훗날,

    하늘에서 정목사님의 어머님을 뵈올 것을 생각하며

    이 새벽 어머님을 사랑하시고

    정목사님의 가족들을 사랑하신

    그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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