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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 문자

                                                                                                      

 유지인

 

                                            

한 여자가 성난 군중의 고함 속에서 덜컹거린다

분노의 입속으로 여자가 막 삼켜지려는 찰나

예수가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치라”

최초의 누운 문자다

성난 군중과 부끄러운 여자를 위해 쓰인 문닫힌 말이다 

우우-일어서던 군중들 다만 엎드려

자기만의 문을 열고 땅바닥의 글자를 열독한다

문자가 누워있어 참 다행이라 여기는 군중들이

입에 자물통을 매달고 슬그머니 사라지자

예수의 발치에 그녀만이 홀로 뭉쳐있다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는다는 말이

여자의 심장에 뜨거운 촛농처럼 떨어져내린다

그 말에 데인 돌이킬 수 없던

여자의 굴절된 생이 밑둥치부터 쓰려온다

욕망의 거친 입속에서만 불려지다 돌무덤이 되어갔을

막달라 마리아! 한 이름이 누이처럼 불려진다

회한이 설움의 살갗에 소름처럼 돋는 때

군중들이 미처 던지지 못한 돌멩이가 날아와

명중 한 건, 죄의 티눈이라고

예수가 땅바닥에 누운 문자로 쓰셨다

그건 누군가 한 번도 말해준 적 없는

치유의 문자였다





*요한복음 8장 참조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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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선님의 댓글

no_profile 한만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지인 님.
좋은 시를 올려 주셨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들을 지어서 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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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유지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지원 한선생님! 안녕하세요?  사이트에 자주 들어오지 못해 인사가 늦었네요.
제가 아주 가끔 꾸는 꿈이 있지요. 어릴 적 시골의 예배당 풍경인데 그곳은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서 예배를 드렸지요. 중앙엔 장작 난로가 자리잡고 가끔 불길이 꼭
우리 마음처럼 피식거리며 주저앉을 때 서둘러 길을 터주며 다시 살아나게 하던 봉사집사님!
그리고 단상엔 먼저 핀 화단의 꽃들을 정성스레 꺾어와 화병에 꽂아주신 교회를 지키시던,
동백 기름에 곱게 쪽진 머리를 한 아,그리운 할머니! 피아노 반주도 없어 서로 다른 음정들이
화음이 되던 곳이었지요. 좀 틀려도 틀렸다고 눈 흘기며 타박하지 않고 그중에 음을 제대로 아는 분이
음을 내면 슬그머니 따라가던 찬미가, 그냥 불러도 마음에서 불끈 힘이나게 하던 찬미가를
그렇게 전심으로 감사함으로 부르던 때가 언제였는지.....

그 꿈에서 깨고 나면 마음이 더없이  평온해지는 아름다운 기억 속 풍경들
이렇듯 좋은 기억은 참 오래도록 살아남아 꼭 필요할 때 의식에서 재현됨이
어쩌면 하나님의 은혜라 여겨집니다.
한선생님께서도 누군가에게 참 좋은 기억을 주시는 분이라 여겨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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