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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는 그대에게 / 하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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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외로운가? 외로움을 숨길 필요가 없다. 배우자가 있든 없든, 연인이 있든 없든, 인간은 모두 외롭다. 외로움이 심화된 고독은 맘 춥고 등 시릴 때 따뜻하게 기댈 상대가 있고 없고에 좌우되는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것이다. 이 세상이 인간에게 행복을 제공해줄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인간 고유의 특질일 수도 있겠다.


고독이 주는 유익이 많다. 고독을 통하여 정서적이성적으로 독립을 이룰 때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지고 강인한 힘을 기를 수 있다. 깊고 풍요로운 내면을 가꿀 수 있다. 사흘 만에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변화시켜 주는 것이 고독의 힘이다.


고독으로 단련된 감성을 소유하면 언제 어디서나 평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들 속에 섞여있을 때라도 온전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단련된 고독은 깊고 부드럽고 은은한 광채를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나 고독을 긍정적으로 다루는 비법이 있다. 일기 쓰기. 독서. 향 피우기. 산책. 몽상. 침잠...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게 해주는 것들로 모두 침묵과 묵상을 매개로 한다.


나에게는 고독과 동행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정갈한 티 하우스 한채 마음속에 들여놓기. 영혼을 위로해주고 정신을 고귀하게 만들어주는 독서. 삶의 문제를 멀리 떼어놓고 가볍게 해주는 상상. 비현실적이지만 세상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현실적인 대책이자 절실한 도구들이다.


심신이 괴로울 때면 마음속에 텐트처럼 접어둔 나만의 티 하우스를 펼친다. 커다란 창밖으로 대숲을 흔드는 빗줄기, 혹은 저녁노을로 현란한 둥근 하늘이 보인다. 꿈에 그리던 풍경이 3D 영상으로 흐른다. 평안함과 안도감이 차오른다.


독서는 영원히 변치 않는 평생 친구이다. 책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위인들을 만나고 찬란한 문화와 고고한 예술을 만난다. 내 영혼이 위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충일감이 들고 가고 싶었던 이국의 정취 속에 나 자신이 합류된 기쁨을 맛본다.


독서조차 일체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마음이 몹시 혼란스러워서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상상의 날개를 편다. 지구와 태양계를 벗어나 은하계로 날아간다. 한 개의 은하에는 수천만, 수억, 수조 개의 별들이 떨기지어 있다. 이런 은하를 10만 개나 품고 있는 초은하단, 라니아케아(Laniakea)를 찾아 나선다.


그 속을 유영하노라면 그대가 생각난다. 그대와 내가 이 광대한 우주 한 귀퉁이,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만남이니 인연이니 하는 미시 담론으로 이 기적을 축소시키지 말자.


사랑할 때 가장 고독하다 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사랑이 주는 고독을 배우고 고독이 주는 사랑을 익혀서 서로서로 성장하기로 하자.

좌절과 허망함이 난무하는 이 시대를 견디며 살고 있는 그대여, 나의 외로움과 고독이 그대의 고독과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그대의 이야기를 들려다오. 그대는 고독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궁금하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6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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