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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정의롭게 한다고 사람의 마음을 찢지 않고,

사랑하고 감싼다고 공의를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책 몇권 읽었다고,

어줍쟎은 연륜이 좀 되었다고,

각고의 수도의 시간을 얼마 보냈다고

그리던 세상이 오겠습니까?


죽어서 입다물고 말이 없을 때면

하마 찢겨진 마음이 치유되고

나락으로 떨어진 자괴감이 

평안의 포만감으로 전환되겠습니까?

 

그리움은 점점 영글어 가는데

행여 무상허무의 구름이 몰려오지나 않을까

폭풍이 휘몰고 간 바위그늘 함초롬한 곳에

무서운듯 부끄러운듯 조바심으로 얼굴을 내민

저 들국화 싹은 누구의 얼굴이겠어요?

 

양지바른 또 하나의 세월이

조심조심 사립문을 열고 있습니다.

내 님이여.




                                        2017년 마지막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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