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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우리 곁에(우리 곁을 떠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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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우리곁에]

 

수많은 장애인, 그리고 그 불편한 사람들을 돌보아
주고 있는 장애인 시설들... 양택근은 그와같은 시설중에
정말 다행하게도 예수님의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시는
어떤 목사님이 운영하는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뇌성마비로 왼쪽 팔다리가 꼬여 걸음을 걸을때는
크게 절룩거리고, 그래서 물건을 집을때는 오른쪽
손으로 겨우 집는다. 그리고 다행히 귀는 겨우
열려 있으나 말하는 기능이 팔다리와 함께 상실되었다.
그러나 그는 잠시도 쉬는 법이 없다. 같은 장애인들이
하릴없이 모여앉아 멍하니 앉아 있는 커다란 응접실에서
늘 그들의 사정을 살핀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고 앞을 못보는 재문이의
용변볼 시간이 되면 남모르게 슬며시 다가가
그를 부드럽게 잡아 일으킨다. 밤인지 낮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끊임없이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어어어하는 소리를 번갈아 내는 재문이는 밥먹을 때
양택근이 쥐어주는 숟가락, 젓가락에 얼른 반응하고,
용변볼 때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양택근의 따스한
손길에만 살아 있음과 지능이 있음을 나타낸다.
아니 또 한번 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다시 양택근의 손이 그의 등을 어루만진다.
그러면 그는 털을 깎이우는 순한 양처럼 순순히 자리에 든다.
물론 양택근이 그의 옷을 갈아 입히고 양말을 벗겨
발을 씻기고 난 다음에...

 

한밤중이나 낮 동안에도 양택근은 지능이 모자라거나
거동을 못하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을 위해 난방정도를
알아보느라 쉴틈이 없다. 추워도 안되지만 너무 온도가
올라가도 공동체의 어려운 재정형편을 감안해 온도조절
장치를 적절하게 맞추어 놓는다. 장애인들의 옷매무새가
흐트려져 있으면 그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앞가림을 바로 해준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간밤에 누가 잠자리를 더럽혀 놓았는지 차근차근 살핀다.
그러다 이부자리를 더럽혀 놓은 방이 있으면 그것을 더럽혀
놓은 당사자도 모르게 재빨리 갖고 나와 세탁을 하는 것이다.

 

아침을 먹고난 후 앉은뱅이에다 눈이 먼 김씨 아저씨가
배탈이 났다. 엉덩이를 방바닥에 붙이고 앞다리를 앞으로
당기고 두 팔로 밀어야만 이동할 수 있는 그는 거실에서
3미터쯤 떨어진 화장실을 향해 열심히 가다가 기어코
일을 내고 말았다. 참지 못하고 미처 화장실에 다다르기
전에 대소변을 한꺼번에 보아 버린 것이다. 검정 면바지
사이로 오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그는 그래도 열심히 화장실
쪽을 향해 부지런히 팔다리 놀림을 계속하고 있었다.
양택근이 튕기듯, 그러나 남들이 눈치챌 새라 빠르게 일어나
우선 걸레로 뒤따라가며 오물을 닦기 시작했다. 오물을 끌고
김씨 아저씨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그도 뒤따라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잠시후 크게 아픈 내색을 하고 얼른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김씨 아저씨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해
누구도 그의 용변 보는 것을 도와주지 못한다.
혼자서는 도저히 용변후 뒷처리를 못함에도 누가 도와주려면
무조건 막무가낸다. 그래도 딱해서 거들어 주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팔을 물어버리는 것이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팔뚝을 물려 남들이 볼 새라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면서도
양택근은 그냥 씩 웃는다.

 

식사시간이 되면 불편한 왼손에 징을 들고 오른손은 채를
잡은 채 징을 치며 공동체 시설 안 여기저기를 다닌다.
그러고도 식탁에 모여든 사람이 하나라도 빠진 이가 있으면
일일이 찾아 다니느라 바쁘다. 남들이 다 먹고난 후에 먹는
그의 밥그릇에는 그래서 늘 식은 밥이 들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끔 공동체를 찾아와 일손을 돕겠다고
할 때가 있다. 그들 중에는 하룻밤씩 자고 가는 이들이 있는데
잠을 청한 그들의 코고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양택근은 마냥
조용히 기다린다. 이윽고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고 밤도
깊어가면 괴도루팡처럼, 제임스본드처럼 그는 절룩거리는
다리지만 비밀스럽고도 민첩하게 움직인다.
그리고는 잠자는 그들의 양말을 몰래 집어오는 것이다.
그런다음 집어온 양말을 가득 세면장에 쌓아놓고 오른쪽
무릎을 걷어올린다. 그리고 온전한 오른손으로 양말을 하나씩
집어 무릎을 빨래판삼아 깨끗하게 그것을 비벼 빠는 것이다.
젖었지만 깨끗해진 양말을 들고 이번에는 공동체에서 운영경비
조달을 위해 하고 있는 메주 공장안 콩삶는 아궁이 장작불
앞에 가서 이슥토록 그것을 말린다. 더러 졸기도 하지만 끝내 그
양말들은 하나하나 그의 손에서 서서히 말라간다.

결국 다 마른 양말은 이번에는 다시 코를 골고 자고 있는 양말들의
주인 발 아래로 하나하나 제자리를 잡아 놓여진다. 양말 색깔을
기억해 뒀다가 그는 용케도 주인을 찾아 놓는 것이다.
이튿날 일어난 자원봉사자들은 발에 양말을 꿰면서 더러
어떤이는 양말이 깨끗해진 것을 알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혹은 모르기도 한다. 양택근은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양말을 신을 때 쯤이면 동료 장애인들을
깨우느라 분주하다. 아마도 그들은 꿈에도 손발이 불편하고
말도 못하는 양택근이가 그들의 양말을 밤새 빨아 장작불에
하나씩 말렸을 거라고는 생각 못한다.
고마운 자원봉사자들에게 달리 대접할 수가 없는 양택근은
양말빨래로라도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척추를 다쳐 허리 아래를 못쓰는 자칭 왕자병 순태가 종일
같은 자세로 있다가 욕창이 나서 그 부분의 수술을 위해 입원을 해야 했다.
그가 욕창이 난 것은 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여 내내 마음 아파하던
양택근은 얼른 그의 보호자를 자청했다. 며칠동안을 병원 보호자
침대에서 불편하게 지내면서도 수술 받기전 사흘동안 밤을
새워 순태를 이리저리 돌아눕히며 간호를 하는 바람에 그만
욕창이 저절로 낳아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때 그의 표정은 한없이 수줍어하면서도 끝없는 기쁨에 차 있었다.

 

그밖에도 그의 아름다운 여러 가지 행적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나이는 훨씬 젊지만
그에 대한 무한한 존경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기
이렇게 글로 적기는 하나 어찌 생각하면 그런
그에 대한 누가 될까 삼가는 마음이다.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천사같은 그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3리 (전화033-441-4298.
임낙경목사님010-4991-4298) 교회 이름이 특별한
'시골교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공동체에서 매일을 같은
장애인들을 친형제처럼 지극한 정성을 곁들여 돌보며,
그러나 남이 선뜻 하기 힘든 그 큰 일들을 하잘것 없고
당연한 것처럼 행하며 지낸다.

 

역시 장애인들을 내 몸같이 생각하며 공동체를 운영하는
알뜰하고 인정많은 원장님이나, 진솔하고 사심없고
뚜렷한 주관을 지닌 임낙경목사님 못지않게 그는 커 보인다.
그가 행하는 모든 것들을 몰래 살펴보면 천국은 멀리 있는게
아니고 바로 그의 따스한 손길안에 커다랗고 평화롭게
열려 있음을 느낀다. 장애인들을 위해 남이 하기를
꺼려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양택근과 같이 자신의 신체적인 장애를 뛰어 넘어
또다른 장애인을 위해 참 기쁜 마음으로 그 일을 행하는
이는 드물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의 혼인문제가 참으로 걱정된다. 이번 설을 쇠면
그의 나이 서른살이건만 공동체의 모든 장애인들과 결혼한
그는 아마 장가들지 않으리라.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천사는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글쓴날 1999.12)

 

-이제는 복지시설이 더 개선되어 시골교회에 있던 분들이
다 흩어졌다. 어디에 가 있던지 그 분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 우리곁을 떠나 하늘로 가버린 천사 -위엣글을 쓴지
4년여가 흐른 뒤 양택근은 하늘나라로 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설의 식구들에게 도토리묵을 먹게
할 셈으로 홀로 도토리를 주우러 먼산으로 들어 갔다가 길을 잃고,
가뜩이나 불편한 몸으로 며칠 밤낮을 산속에서 헤매다가
커다란 웅덩이에 빠져 올라 오지 못하고 그만 지치고
굶어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소리를 지를 수 있었으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ᆢ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는 틀림없이 후일 천국으로 갈 것이다.
삼십평생 단 한마디도 말을 못한 그였지만 천국에서는
수많은 아름다운 말들을 할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하루도 생각 안나는 날이 없다고 임낙경목사님과
시설의 가족들은 양택근 천사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을 얼굴가득 나타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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