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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재림문학』제 13 집 신인상 공모 당선작 수필 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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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 수필

눈물의 소리

김태식 (나성 중앙 교회)

말없이 흐르는 눈물속에는 무수한 사연의 소리가 숨겨져있다. 사랑 하는 마음으로 귀를 열면 그 세미(細微)한 눈물의 소리가 들린다. 눈물 에는 눈(雪)이 녹아 흐르는 눈물(雪水)과 눈(眼)에서 흐르는 눈물(落淚, 淚水, 泣, 涕淚)이 있다. 눈물(落淚)에는 가시적(可視的) 눈물과 비가시적(非可視的) 눈물이 있다. 가시적 눈물에는 평상시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여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 눈물이 있다.

때로는 이물질과 매케한 연기 등 외부 자극에 의한 반사적 눈물이 있다. 그리고 희로애락(喜怒哀樂)에 의한 감성의 눈물이 있다. 영혼의 뿌리에서 솟구치는 애절한 눈물도 있다. 이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마음이 열리면 감성이 아우성치는 눈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가어릴때있었던일이다.시골에서8·15해방직후명절이되면뒷 동산에서 마을 사람들이 소를 잡아서 온 동리가 나눠 먹었다. 고삐에 끌려가며 흘리는 소의 눈물을 잊지 못한다. 소가 흘리는 눈물에서 아픔과 신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한동안 나는 소고기를 먹지 못했다.

비가시적 눈물에는 평상시 고통이 벅차 눈물이 말라버린 경우가 있다. 남에게 말 못할 아픔으로 숨기고 싶은 때이다. 사람이 흘리는 눈물 중에 마음속 깊은 영혼에서 흘리는 눈물이 있다. 호소하는 눈물의 소리라 생각된다. 힘겨운 삶의 고통, 배신과 원망과 분노, 왕따로 인한 깊은 고독 등으로 한없이 끝자락으로 달려가는 외길에서 방황한다. 이 눈물은 어느 누구도 위로하거나 아픔을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의 호소가 진하게 묻어있다.

누구나 인생길에 한 번 쯤은 있을 법한 일이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하고 뻔뻔한 배신에는 큰 아픔의 눈물이 있다. 게임을 하듯이 리셋하고 다시시작하고 싶은 극단의 유혹에 놓인다. 인생길, 더구나 낯선 이민생활에는 뜻밖에 인생의 돌연변이가 출현한다. 쉽사리 풀리지 않는 절벽 앞에 서 있듯이 해결책이 없는 막막함이다. 이 때 흐르는 고통의 눈물은 뼛 속을 후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국인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서 정국의 혼란과 사회의 고통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본토를 떠난다.

막연한 이민자 무리(캐러밴 Caravan)가 겪는 눈물겨운 아픔을 감지 한다. 한편에서는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쳐야 한다. 실낱 같 은 희망의 다른 한편에서는 절벽이 가로 막는다. 곤란한 민족의 아픈 눈 물이 있다. 미국으로 입국 못할 형편이라면 차라리 조국으로 가기보다는 멕시코에서 살겠다고 한다. 이때 이들의 눈물의 호소는 어느 누구도 위로할 길 없는 아픔이다. 가슴이 여미도록 깊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어찌 이들 뿐이랴?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돌풍이나 쓰나미가 휘몰아쳐 온다. 지쳐서,  감당하기 조차 고통스러워서, 외진 곳에 홀로 선 것 같은 외로움에 울고 있다면, 누구나 극단적인 결단을 갖도록 유혹을 당한다.

나에게도 그런 난감한 순간이 있었다. 이민 초에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데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백수 생활이 연속될 때 좌절과 낙망은 극도 에달했다.그럴때 보이지 않게 손잡아 주시는 손길을 감지했다. 손잡아 준 힘은 “칠전팔기(七轉八起), 한 두 번에 주저앉을 수 없다. 잘 할 수 있어, 잘 될 거야, 힘내자,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연속으로 이어진 소망의 힘과 원동력이 되었다. 그 때 비로소 나는 긍정적인 격려와 조언은 긍정 의 결과를 낳는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온 지구를 뒤 흔드는 Covid-19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곁에서 돌보지 못하고 사별하는 슬픔은 얼마나 크겠는가? 감정의 눈물은 다른 눈물 보다 수분과 염분이 많다. 특히 분과 슬픔 속에 흘린 눈물은 짭짤하다. 희로애락의 감성적인 눈물을 흘린 후에는 눈이 충혈되고 눈 부위가 붓는 다. 눈물 젖은 빵은 먹어 본 사람만이 그 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뼛속으로 흐르는 눈물은 흘려 본 후에야 깊은 감정이 다가온다.

오늘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렸던 눈물의 세미한 소리를 회고 하여본다. 세상에 홀로서 있는 아픔의 눈물을 찾아 나눠야겠다. 사랑은 경청하는 대화가 대신한다. 경청과 이해가 없는 대화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대화는 “그래, 그랬구나, 그랬어.”라고 맞장구 치며 상대로하여금 말하게 하고 열심히 귀에 담아들어 주는 것이다. 충고하지 않고 들어 주기만 해도 큰 힘이솟구치게한다.

인생은 현실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자. 잠시잠간(暫時暫間) 후에 있을 소망을 바라보자. 원치 않는 사실과도 즐기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찿자. 우리의 삶을 애틋하게 마음 졸이며 후원하시는 하늘의 지원군을 기억하자. 최영덕님이 작사 작곡한 복음성가,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매일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밀어 주시네”를 입술에 담아 흥얼대며 음미하여 본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눈물이 더 아프다. 마음속에 흘리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리는 눈물보다 더 쓰리고 뼈를 마르게 한다. 고통과 슬픔은 나눠야 가볍고 행복과 기쁨은 나눌수록 부풀려 커진다. 이런 오묘한 진리를 알고 꿰며 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육신의 삶이 낙제점수로 연약(軟弱)함을 자백한다. 사랑의 주님! 불쌍한 나의 인생을 도와주소서. 해바라기 꽃처럼 예수바라기로 살기 원합니다. 저를 예수님을 닮은 “붕어빵 예수”로 재창조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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