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 글동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봄에  밤  꽃이  늦게까지  계속해서  피더니
밤도  한꺼번에  주르르  쏟아져  내리고  마는게  아니라,  조금은
작지만  늦도록  계속해서  밤  열매를  내어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

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밤은  영양이  많아서  그런지?  오래  보관
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니  있을때  맛있게  잘  삶아  먹는게  최선
이다.  한번은  금방  딴  밤을  장독에  넣어  땅에  묻었다가  한  독을

몽땅  버린적도  있었다.  밤에서  열이  얼마나  많이  나는지?  뜨거울
지경이었다.  아이쿠,  하고는  얼른  꺼내서  삶아봤는데,  얼마나  쓴지
하나도  못  건지고  다  버리고  말았으니,  가심이  아파서  혼이났다.

그래서  요즘은  아낌없이,  원없이  삶아먹고  더러  남는건  집  사람이
냉장고에  냉장  보관을  하는데,  용량이  작으니  한계가  있다.  얼마 
전  심  회장님은  저희  집에  오셔서  한  그루를  찜을  해놓고  가셨다.

그러니,  그분은  좀  나눠  드려야  할  것  같다.  이제  다음  수확은  검
정  속 푸른  서리태  콩과,  아직도  크고있는  가을  옥수수,  그리고,  무
우,  배추,  당근,  갓,  싱가마스,  토마토,  무화과,  머스크다인  등들이다.


그리고, 더덕과 도라지를 30여평 이상씩은 심어 놨으니 갑자기

겨울이  돼도 밑반찬 걱정은 없는 편이다. 거기다 심심할 때 캐
먹을  수 있는 고구마와 토란도 잘 크고 있으니 가을이 점점 더
깊어 간다해도 그저 자꾸 새로운 신비를 체험하니 감사할 뿐이다.

산골에서 농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개미,  파리,  모기,  청솔모,  쥐,  토끼,  사슴
들이  함께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시사철  밖에  일하러 나갈 때
는 늘  전투복  모드의  긴팔을  입고 나가야  한다.  안그러면 개미

모기,  파리,  쐬기가  달려든다.  저희  집에  배나무  두  그루,  복숭
아가  다섯  그루가 있다.  올 해는  하나도  못먹었다.  산골에  먹을
게  없으니  하나씩,  둘씩  다  따먹어  버렸다.  어제는 잔듸를  깍다
가  벌레먹은  배  하나를  주워서  들였는데,  얼마나  맛이  있는지?

그런데,  이놈들도  양심이 있는지?  아니면,  하나님의 지키심인지?
저희 집  밤 나무는  안  건드리고  있다.  이웃에 20년,  30년된  큰
나무들이  있으니  걔들은 아마  그리로  몰리는  모양이다.  저희는
10년생인데,  한 그루는 잘  열리고, 한  그루는 시원치  않고,  세 그

루는  관리를  잘  못해서 밤이  아주  짠톨이다.  그래도 그걸  주워
모아서  삶아서  말려두었다  겨울에  심심할 때  우물우물  깨물어
먹으면  그  맛이 또  일품이다.  주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내  집
울안에서  사시사철  소소하게 움직여  일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