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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 (시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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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
강위덕

 

정(情), 우리나라 말이다 우리나라 말에 이런 말이 있었다니 사랑한단 말처럼 속되지도 않고 좋아한단 말처럼 되바라지지도, 가볍지도 않다 정(情),  단풍이 물들듯 깊고 은은하게 마음을 타고 천천히 물들어 갈 즈음 정의 아랫도리에 손을 넣어 창조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니 깊숙한 손끝에  용암 같은 것이 물쿠든 씹힌다 시간과 공간을 구별하기 힘든 절묘한 통로 같다 고독으로 가는 끝의 헛것,  그곳에 이르는 정점의 길 수 백리를 수렴해도 손끝의 슬픔이 살 겨운 노리개처럼 안으로 파고든다 낙엽은 떨어지면서 가을 을 탓하지 않듯 찢어져 덜컥대는 마음의 상처를 고독이 꿰매고 있다

 

 

해설
도마뱀은 다급한 상황에 봉착하면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갈 수 있다고 합니다.

잘린 꼬리는 잠시 토닥토닥 경련을 일으키는데

이런 동작은 도마뱀으로서 중요한 생존전략인 셈입니다.

그리고 잘린 자리는 곧 새 꼬리가 재생됩니다.

결국 도마뱀의 꼬리는 몸의 일부이지만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카드인 것입니다.

사람의 두뇌에도 도마뱀의 뇌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뇌의 가장 깊숙한 부분인 간뇌(肝腦)가 그것입니다.

위협이나 성적인 자극을 받으면 이 부분이 흥분됩니다.

그러나 이성적이고 지적인 사람은 간뇌가 시키는 대로 다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두뇌에는 다른 동물들에게 없는 대뇌가 있어,

생각하는 근육이라는 대뇌가 간뇌를 움켜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능을 다스리고 이성적으로 행동케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간뇌를 제대로 통제하고 길들이려면 대뇌의 훈련이 필요힙니다.

대뇌 근육은 끊임없이 쓰고 다듬지 않으면 이내 흐물흐물해져 버립니다.

생각 줄을 놓으면 대뇌의 힘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되면 사람의 두뇌도 도마뱀의 그것처럼 본능이 시키는 대로 휘둘리게 됩니다.

정의 무게를 가벼움에 두고 정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뚝 떼어놓고 달아나는 도마뱀의 방법으로 산다는 것은

육신의 정욕대로 살아간다는 의미여서

방탕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상처의 아픔을 덜 느낀다는 계산에서일까.

바위의 무게를 등에 느끼며

정의 무게를 가슴에 담고

납작한 패배의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창조의 근본을 알아보려 하여 뇌간의 아랫도리에 손을 집어넣으면

물쿠든 하게 씹히는 절대의 힘,

뇌간을 움켜잡듯 무서운 힘으로 손끝을 휘여 감는 그것은

자궁의 근육질과 같은 힘을 말 합니다.

한번 잡으면 또 다른 생명체가 독립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놓지를 않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면서 가을 을 탓하지 않듯

정은 결코 이 위대한 힘으로 붙잡고 있는 정점의 길,

수 백리 길을 가도 점점 깊어가는 정을 탓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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