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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잘 먹으면 스트레스도 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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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삶에서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트레스를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어떤 외부 자극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한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안 좋다는 생각도 깊이 뿌리박혀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다 나쁘지도 않고,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스가 아예 없으면 오히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하는 습관이 들어 있어야 외부 환경이 변했을 때, 이를 빨리 자각하고 쉽게 적응한다.

스트레스 요인이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해지는 외부 자극이다. 그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스트레스(eustress)도 되고, 나쁜 스트레스(distress)도 된다. 사람마다 자신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다. 따라서 똑같은 자극이 어떤 사람에겐 좋은 스트레스고, 어떤 사람에겐 나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똑같은 상황인데, '힘들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고, '힘들어서 우울하고 화가 난다'고 생각하면 나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햇볕이 뜨거울 때 '땀이 많이 나서 무기력해진다'고 생각하는 날이 있는 반면, '이런 날 수영장에 가면 더 즐겁겠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는 식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동훈 교수는 "좋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청반(교감신경계 활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이 단기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각성이 일어나 공부 및 업무 능률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나쁜 스트레스를 받아 이 부위가 오랫동안 자극을 받으면 청반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기억력은 오히려 저하된다. 독성이 있는 글루탐산염이 신체 곳곳에 축적돼 고혈압·면역력 저하·암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자극이 가해졌을 때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동훈 교수는 "성격이 예민하거나 고지식한 사람이 나쁜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사람도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스트레스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스트레스·디스트레스

물리학에서 쓰이던 ‘스트레스’라는 용어를,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셀리 박사가 처음 의학에 접목시켰다. 어떤 자극이 가해졌을 때 신체가 반응하는 것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같은 자극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은 스트레스(eustress)를 받았다’고 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나쁜 스트레스(distress)를 받았다’고 표현한다. 그 이후 미국 심리학자 라자러스 등에 의해 “사람마다 성격 등에 따라 똑같은 자극에 좋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나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자리 잡았다.
우리 몸은 외부 자극에 즉시 반응한다. 뇌는 스트레스 상황을 생존 위협으로 인지,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이 분비되게 한다. 부신이 자극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에피네프린·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나온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므로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식욕·성욕은 억제되고, 팔·다리 근육에 혈액과 단백질 등이 몰려 몸이 긴장한 상태가 된다. 심리적으로는 스트레스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에, 혈류가 뇌로 흘러 들어가 긴장감을 느끼고 집중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모두 나타난다. 하지만 좋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이런 변화가 10분 정도만 나타나고, 나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비교적 오래 지속된다. 그래서 신체가 받는 영향도 다르다.

[그래픽]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신체 변화
 
면역력 높이는 좋은 스트레스

좋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긴장을 했다가도, 10분 안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급격한 변화를 몸이 기억하고, 위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온 몸의 힘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자동차가 지나갈 때 빠르게 피하고, 넘어질 때 몸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면서 덜 다치도록 움직일 수 있는 것도 평소 스트레스에 단련이 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 자극에 대해 몸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줄 모르기 때문에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좋은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높인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마틴 셀리그만 교수팀은 쥐 300마리를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암세포를 주입하고 두 개의 방이 있는 우리에 넣었다. 첫 번째 그룹은 어느 방에 들어가든 전기충격을 줘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쥐들은 처음에는 방을 옮겨다니며 전기충격을 피하려 했지만, 나중에는 포기하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피할 수 없다, 속수무책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한 방에 들어갈 때만 전기충격을 주고 다른 방에서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놔뒀다. 쥐들이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세 번째 그룹에게는 전기충격을 전혀 가하지 않았다.

3개월 후 첫 번째 그룹에서 73%, 두 번째 그룹에서 31%, 세 번째 그룹에서 50% 정도에 암이 생겼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는 "첫 번째 그룹은 나쁜 스트레스, 두 번째 그룹은 좋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세 번째 그룹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이 연구를 통해 좋은 스트레스를 받는 게 나쁜 스트레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는 것보다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부 자극에 잘 대처하는 능력이 생긴다. 이 능력에 의해 암세포가 생기면 이를 없애기 위해 백혈구 같은 면역세포가 많이 생산되는 것이다.

심리 및 뇌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면 성취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높아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진영 교수는 "스트레스 요인을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면, 뇌에서 도파민·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잘 분비된다"고 말했다. 순간적인 긴장과 성취감이 이어지면 스트레스 상황에 맞춰 집중력과 기억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자주 반복되거나 오래 유지되면 결국 나쁜 스트레스가 된다. 여름 한낮의 열기를 느끼고 '좀 덥긴 하지만 수영하러 가기 좋은 날씨'라고 생각했다가도, 밖에 장시간 서 있으면 결국 짜증이 나고 피하고 싶어지는 것과 같다.

뇌졸중 유발하는 나쁜 스트레스

스트레스 요인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나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스트레스 상황 때문에 일어났던 신체적 변화가 오래 이어진다.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동안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이 계속 나오면, 자율신경과 신진대사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갖가지 건강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서, 포도당이 온몸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 때 많이 하자’고 판단, 복부에 지방을 축적하고 콜레스테롤이 높은 체질로 변한다. 박진영 교수는 “이는 결국 죽상동맥경화증·대사증후군·당뇨병·암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혈압과 심장박동수가 높은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고혈압·뇌졸중·심장병의 위험도 높아진다. 온몸의 혈관이 피로를 느끼고 심장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미국 버팔로대 연구팀이 13~15세 청소년에게 ‘즉흥 연설하기’와 같은 같은 스트레스 상황을 줬더니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보내는 경동맥이 굵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경동맥이 굵어지는 것은 심뇌혈관 질환의 초기 증상이다.

나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김정현 교수는 “달리기를 오래 하면 몸이 피로를 느끼고 지치듯이, 몸의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려 발휘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몸 속 장기들이 빨리 녹슬어서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나쁜 스트레스는 사이토카인도 다량 생기게 하는데, 사이토카인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몸속 염증을 쌓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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